‘멸치 똥’ 시 부문 당선작 꼽혀

▲ 안광숙 시인

2019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시 부문에 안광숙(47)씨가 당선됐다. 안광숙 시인은 현재 사천에 거주하고 있으며, 마루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토지문학대상 시상식은 12일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주무대에서 열렸다.

심사를 맡은 이재무‧이달균 시인은 시 부문 당선작에 대해 “포장박스 속의 멸치를 ‘잘 건조된 미라 한 구’로 바라보면서 ‘오동나무로 흉내 낸 종이관’ 속에 놓인 애잔한 먹거리로 치환시킨 상상력은 매우 신선하고 돋보였다”며 “시어와 시어, 행과 행의 보행을 유장하게 이끌면서도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 점은 다른 작품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토지문학제운영위원회는 평사리문학대상 소설부문은 김지현씨(52·서울)가 출품한 ‘멸치는 왜 산으로 갔을까’, 수필 부문은 박봉철(57·부산)씨가 응모한 ‘낙동강 어머니’, 동화 부문은 김진선(50·서울)씨가 제출한 ‘완벽하게 가출하기’가 각각 당선작으로 뽑았다.

평사리문학대상 소설 부문 당선작은 1000만원, 시·수필·동화·하동문학상 부문은 각각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안광숙 시인은 “문학 수도인 하동에서 분에 넘치는 큰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같이 공부하는 시우님들이 있어 함께 갈 수 있다. 아름다워 울고 싶은 가을”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평사리문학대상 시 부문 당선작
 

멸치 똥 / 안광숙

멸치 똥을 깐다
변비 앓은 채로 죽어 할 이야기 막힌

삶보다 긴 주검이 달라붙은 멸치를 염습하면
방부제 없이
잘 건조된 완벽한 미라 한 구
내게 말을 걸어온다
바다의 비밀을 까발려줄까 삶은 쓰고
생땀보다 짜다는 걸 미리 알려줄까, 까맣게 윤기 나는 멸치 똥

죽은 바다와
살아있는 멸치의 꼬리지느러미에 새긴
섬세한 증언
까맣게 속 탄 말들 뜬눈으로 말라 우북우북 쌓인다

오동나무를 흉내 낸 종이관 속에 오래 들어 있다가
사람들에게 팔려온
누군가의 입맛이 된 주검
소금기를 떠난 적이 없는
가슴을 모두 도려낸 멸치들 육수에 풍덩 빠져
한때 뜨거웠던 시절을 우려낸다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뼈를 남기고
객사한 미련들은 집을 떠나온 지 얼마만인가

잘 비운 주검 하나 끓이면
우러나는 파도는 더욱 진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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