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호 (사천시 향촌동)

이별을 대하는 마음은 사람이나 자연이나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태풍에 실려 온 코스모스는 이미 가을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한낮엔 여전히 땀구멍을 염탐하는 늦더위가 후덥지근한 요즘, 계절을 환승하는 자연도 이별이 싫은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이별로 치자면 올여름을 불태웠던 주말 프러포즈의 유혹은 쉬이 가시지 않는 흔적이다. 보드라운 밤바람이 유려하게 흐르는 삼천포대교의 주말은 축제로 쫀득쫀득하게 치대졌다. 아이를 무동 태우고 돗자리까지 챙겨 나선 젊은 엄마 아빠들의 열정이 더해졌고 늦은 밤까지 활활 타오른 7080의 추억 소환도 찰졌다. 정열을 쏟아 붓는 출연자들과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던 시민들의 일체감은 축제를 넘어 희열이고 환희였다. 

6월 말 여름과 함께 시작된 프러포즈는 추석 전날까지 마라톤 여정을 소화하며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켜 줬다. 신세대부터 중장년까지 아우르는 락과 재즈 그리고 가요, 트롯은 물론 우리 민요까지 폭넓고 다양한 음악적 경지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댄스와 인디밴드그룹, 마술, 마당극까지 재미와 새로운 경험의 세계를 선보여 문화소양을 넓히는 행복한 축제였다. 특히 지역가수들의 공연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축제임을 보여 주었다. 삼천포아가씨 가요제는 그 절정이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의 접목 기회가 적었던 지역 정서에 JK 김동욱, 윤도현, 노라조, 이치현, 전영록을 비롯해 최현우 마술사와 국악인 송소희 등 대형 인기연예인들의 공연은 목말랐던 예술적 갈망을 해소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흥이 발산되고 꾸겨 넣었던 추억을 들추어 낸 낭만과 향연의 여름이었다. 앵콜과 어깨춤과 박수와 갈채가 하나로 어우러진 그 여름밤의 사천은 그래서 이별하기 싫었던 매혹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축제가 그러하듯 참여와 어울림 속에서 시민 한 명 한 명의 흥이 엮이고 모여 화합과 행복을 키운다. 사천의 여름밤도 축제를 통한 만남과 하나 됨의 현장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사천시와 문화재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시민들의 문화소외를 정확히 진단하고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사각지대를 충족시켜줄 다양한 소재 발굴과 이벤트 연출이 사천문화재단의 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여름 프러포즈는 그 책무의 결정체로 문화재단이 시민들에게 선사한 최고의 꽃다발이었다고 자평한다.

다만,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섭외가 다소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공연을 보러 오신 어르신들에겐 재즈와 락과 심지어 7080까지도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옛 가요를 비롯한 트롯 분야까지 배려와 조화가 필요했다. 또한 일방적 공연에만 머물지 말고 관람 온 시민들도 참여할 수(물론 제한적이지만) 있는 이벤트에도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공연 장소도 삼천포뿐만 아니라 사천읍 지역 등으로 확대한다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참 행복했다. 유쾌했고 즐거웠다. 더 이상 외진 사천이 아니라 문화의 중심에 선 듯 뿌듯했고, 목말랐던 예술의 갈증도 풀었다. 수려한 한려수도의 풍광을 배경 삼아 감미로운 바람 맛과 몽환적인 실안 노을이 그려놓은 삼천포대교와 케이블카의 장엄한 조화는 그대로가 생생한 무대였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친화적 자연 무대가 아닐까 싶다. 문화적 에너지는 시민들의 행복을 높이는 척도다. 문화가 꽃 피는 활기찬 사천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더욱더 솟구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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