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늙은 봉우리’라는 뜻을 지닌 페루의 마추픽추Machu Picchu, 해발 2400m 고산 지대에 있는 옛 잉카Inca제국의 도시였습니다. 잉카란 쿠스코 지역에 살았던 왕족의 칭호이자 그 종족의 이름이었습니다. 잉카문명이란 13세기부터 16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방에서 번영했던 잉카족의 농경문화, 의학, 식물학, 천문학, 사회제도와 정치 조직, 건축 토목 기술, 공예기술을 말합니다. 

융성했던 잉카제국은 1533년 에스빠냐España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그 병사들에 의해 황제 아타우알파를 잃고는 멸망합니다. 오랜 시간 노예 민족으로 지배를 받다가 1780년 농민혁명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침략자들에게 참혹하게 패하고는 주모자였던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Jose Gabriel Condorcanqui마저 처형을 당하면서 실패로 끝나게 되지요. 그런데 콘도르칸키의 죽음은 잉카족으로 하여금 그들의 소망인 영원한 독립을 반드시 쟁취해야겠다는 강한 의지와 상징성을 갖게 만듭니다.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가 된다는 잉카의 전설처럼 콘도르칸키 역시 죽음으로써 콘도르가 되어 영원히 부활함을 그들은 굳게 믿은 것이지요. 

19세기에 이르러 남아메리카에서는 독립을 위한 전쟁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잉카의 땅 역시 독립할 것인가, 복종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상류층의 의견이 엇갈릴 때, 에스빠냐(스페인)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호세 데 산 마르틴이 1821년 독립을 선포합니다. 페루공화국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를 빼앗기면 되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희생이 따르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지요.   

엘 콘도르 파사(El Cóndor Pasa), 1970년 대 폴사이먼Paul Simon과 가펑클 Garfunkel이 불렀던 추억의 팝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어색한 제목으로 번역하여 부른 노래이지요. 노랫말의 첫머리는 “나는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어요 맞아요 할 수만 있다면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어요 (줄임)”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상적이면서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원곡은 잉카족의 슬프고도 가슴 아픈 꿈을 표현한 그들의 토속 민요입니다. 1913년 페루 작곡가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가 오페레타 ‘콘도르칸키’의 주제 음악으로 쓰기 위해 가락을 새로이 가다듬었지요. 곡으로만 전해 오던 것을 콘도르칸키의 삶을 남아메리카의 인디헤나가 쓰는 ‘께추아Quechua어語‘로 엮어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오, 하늘의 주인이신 전능한 콘도르여,/우리를 안데스산맥의 고향으로 데려가 주오./잉카 동포들과 함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그것이 나의 가장 간절한 바람입니다, 전능하신 콘도르여./잉카의 쿠스코 광장에서 나를 기다려 주오./우리가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거닐 수 있게 해 주오.” 

자유롭고 평화로운 고향을 그리며 이웃을 위하고 민족과 함께하려는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욕심 없는 그저 평범한 그들의 소망이 한층 강렬한 애잔함을 심어 줍니다.  

안데스산맥 위의 저 광활한 허공을 비상하는 콘도르. 불멸의 새, 부활의 새 콘도르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입니다. ‘엘 콘도르 파사’를 그저 즐겨 듣는 팝송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페루의 전통악기 께나Quena나 삼뽀냐Zampoña(팬플룻Panflute)로 하는 연주를 들으면 장중한 맛이 깊이 우러나는 영혼의 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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