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봉오동 전투>

▲ '봉오동 전투' 포스터.

영화가 이슈에 맞춰 개봉하는 건 제작사와 배급사의 오랜 경험이 배인 전략이다. 당연히 순풍에 돛달고 떠나고 싶지 역풍 맞으며 거스르고 싶겠나. 그런 의미에서 광복절을 기다려 찾아온 <봉오동 전투>는 개봉시기가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이었겠으나 최근에 일본이 시작한 경제전쟁 덕에 완벽한 타이밍의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반일 또는 극일이라는 초강력 순풍을 타고 거칠 것 없이 달린다.

이미 알고 있었거나 몰랐다가 이번에 새로 알았거나 ‘봉오동 전투’는 1920년 만주 봉오동에서 항일 무장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대패시킨 역사적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의 패배주의를 씻어내고 승리의 쾌감을 안겨줄 소재로는 속칭 ‘왔다’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기록을 가진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 제작을 하고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으니 흥행하리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나 사실 이 정도로 대박이 날 줄은 몰랐을 거다. 정말 이슈에 맞물려 개봉하는 건 운이다.

봉오동 전투는 관객의 요구를 반영한 상당히 전략적인 영화다.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신파를 덜어내고 적재적소에 알차게 유머와 휴머니즘을 관람 포인트들로 배치했다. 또한 ‘봉오동 전투’의 승리를 기록하는 방식도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고 관객의 마음을 들썩일 정도로 후련하고 짜릿하다. 작용과 반작용이라고, 그 시절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통을 관객이 체감하면 할수록 마침내 승리했을 때의 환호성도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일본군은 지나치게 잔인(실제 역사는 더 잔인했다고 하지만 오락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폭력성만 강조된 측면이 있다)하고 캐릭터는 평면적이다. 덕분에 미운 놈을 확실히 미워할 이유는 알게 됐지만, 역사를 분노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우려가 남았다. 반성을 기다려 용서와 화해를 한다는 게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인데 말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통쾌하기 이를 데 없는 건 사실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이웃나라 총리 때문에 그동안 괜한 분노 게이지만 차올랐는데, 마치 십 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특별출연이 대박! 흥행 성적도 괜찮은데 어쩌면 후속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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