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김봉권·강외숙 부부

▲ 강외숙 씨.

“어머, 벌써 돌아가신 분들이 많네!”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의 첫 주인공, 강외숙(60) 씨가 자신의 34년 전 결혼식 동영상을 다시 보며 외치듯 내뱉은 첫마디다. 그녀는 잠깐 마주친 옛 결혼식 장면에서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하는 듯했다.

사천시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강 씨는 1985년 1월에 남편 김봉권(63) 씨와 결혼했다. 먼저 2년 간 편지로 국제연애 끝에 결혼에 이르렀다는 그녀의 연애담부터 들어보자.

“어느 날 오빠 친구가 자기 친구를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만나게 됐죠. 그런데 잠깐 만나고는 다음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버렸어요. 거기서 일하다가 잠시 귀국했던 거더군요. 그때부터 거의 매일 편지를 썼어요. 심심할까봐. 300통이 넘는 편지는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지요. 남편이 보낸 답장까지.”

▲ 김봉권, 강외숙 부부의 결혼식 사진.

이 정도면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남편은 첫 만남 뒤 2년 만에 귀국했고, 곧 결혼식을 올렸다. 시댁 맏며느리라는 자리가 부담은 됐지만, 1남1녀 외동딸로 자란 강 씨의 눈에 형제와 누이가 많은 남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단다. 알콩달콩 사랑이 영글어 딸(가람‧35)과 아들(한빛‧33)을 하나씩 두었다.

이쯤에서 그녀의 남편을 탐구해보자. 강 씨의 남편 김봉권 씨는 사실 한때 공인이었던 분이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눈치 챘겠지만, 사천시의회 제2대(1995~1998) 의원과 경남도의회 제6대(1998~2002)의원을 지냈다. 그런데 강 씨의 말이 놀랍다. 3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살면서도 아직 남편과 부부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지 않는가! 비결이 뭘까?

“비결은 어떤 상황이든 3초 동안 참는 겁니다. 남편 성격이 워낙 불 같기도 하고. 사실 싸우려면 한정 없지만 대충 맞춰주고 넘어가는 거죠. 그게 이기는 거더라고요.(웃음) 대신 쌓이는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풀었죠. 탁구로! 열심히 하다 보니 사천시 대표선수로도 뛰었어요.”

‘3초 동안 참는다.’ ‘참는 게 이기는 거다.’ 이것이 평생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비결이라니 그저 놀랍다. 누구나 한번쯤 새겨들었을 법한 얘기지만 실천하는 이 얼마나 될까. 남편의 흉을 살짝 들춘 김에 결혼생활 최대 위기의 순간을 물었더니 역시나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20세기 끄트머리로 시계추가 돌아갔다.

“그때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다 장사가 안 돼 접었는데, 갑자기 남편이 지인 보증 섰던 게 문제가 됐지 뭐예요. 집까지 홀라당 경매로 날아가 버리고. 막막했죠. 남편은 한창 정치한다고 다니고. 그래도 ‘여기서 무너지면 우리 애들 어떡하나’ 싶어 힘을 냈어요. 식당 허드렛일부터 닥치는 대로 일했죠.”

▲ 김봉권·강외숙씨 가족사진.

그녀는 경매로 집 잃는 모습을 애들에게 보여준 순간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에 멍울이 되어 남아 있다고 했다. 고통은 쉽게 끝나지 않아, 아이들은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공부를 마쳤다. 그 딸이 어느새 엄마가 되었고, 아들은 직장인이 되어 일터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강 씨로선 그저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는 물음에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라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돌아왔다.

이제 그녀의 꿈은 7년째 하고 있는 문화해설사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흔 살이 되도록, 어느 누구에게든 우리가 사는 동네가 어떤 곳인지 자랑하고 싶단다. 그만큼 사천‧삼천포를 사랑하고 있음이다. 그리고 그녀가 남편에게 남긴 당부 한 가지.

“좋아하는 낚시 오래 하고 사려면, 건강은 잘 챙기고, 성질은 좀 죽이고!”(^^)

 

#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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