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영. 20×15. 2019.

“순원아~ 7월 13일 한국행 비행기 티켓 예약해 놨어”

터키에서 전화가 왔다. 대학원에서 함께 동문수학하던 나보다 열 살은 위인 그녀는, 타국 땅에서 멋지게 살아내고 있다. 한국에서 서예가로 제법 야무졌던 그녀는 교환교수로 온 터키인 남편을 만나 지금은 그곳 한국문화원에서 서예를 가르친다. 열정가 그녀의 스타일로 봐서 터키에서도 제법 거창하게 큰 몫을 일궈 내고 있을 것이다.

그녀로부터 얼마 전 전화를 받았다. 그곳에서 문하생들이 전시 한번 하려면 작품을 한국으로 보냈다가 표구를 하고선 다시 터키에서 받아 전시를 해야 한다는 고충을 얘기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동안 그 부부가 한국에 들어올 때 문하생 한 분을 데리고 들어와 두 달여 동안 표구를 배웠음 하는 것이다. 평상시 오지랖 하나 만큼은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겨서인지, 그녀는 그 문제를 나에게 의논을 했다. 뭐든 안 될 일이 없다고 여기는 나는, 뭐든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나는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 하고 가깝게 지내는 표구사 사장님을 찾아가 이 문제를 이야기했다.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시니 덕분에 “언니~ 한국행 티켓 예약하라 그래!” 라며 시원하게 답을 던져 줄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66년생 이목구비 뚜렷한 터키남자 하나 또 집으로 들이게 생겼다.

소식을 전해들은 터키의 한국문화원 서예교실에서는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 한다. 66년생 남자를 다들 부러워했다. 그들의 화두는 한국으로 두 달간 표구를 배우러 갈 그 남자와 흔쾌히 승낙하여 초대해 준 한국의 어느 서예가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화상통화를 통해 지중해 근처 먹을 갈고 붓을 잡은 터키인들과 인사를 했다. 낯선  언어에 입을 제대로 뗄 수 없었지만, 내 특유의 손짓과 눈웃음으로 첫인사를 나누고는 곧장 화면에서 예쁘게 보일 수 있는 핸드폰 각도 찾기에만 온 신경을 집중 시켰다.

통화를 끝내고 얼른 노트북을 열어 자판에 “터키”라는 단어를 치는 순간 또, 내가 일을 저지른 게 분명하다. 터키어...이슬람교...지중해, 흑해, 에게해...지난 일 년 동안 함께 했던 미국 미네소타에서 온 소녀와는 분명 다른 공기로 다가왔다. 아, 어쩐다고 어젯밤 꿈에 내가 히잡을 두르고는 눈이 큰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던가!

“괵한 베이~ 메르하바~ 비를릭테 귀젤 와키트 게치레제이즈 우무트 에디요름. 코레 퀼튜뤼뉜 윌케씨네 된뒤인데 귀젤 아느라르라 하트르라마스느 아르주 에디요름” (괵한씨~안녕하세요. 우리 잘 지내 보아요. 한국이 참 멋진 곳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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