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설명회 열어 입주예정자들에게 보상금 등 제시
입주예정자들은 반응 엇갈려…“긍정” 대 “늦었다”
HUG “새 시공사 선정 등 사고 원인 해소 여부 관건”

▲ 10일 열린 사천에르가2차 설명회에 많은 예비입주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사진제공=사천시)

시공사 부도로 어려움에 처한 ‘사천 그랜드 에르가 2차’ 아파트 건설 사업이 큰 갈림길에 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사고 결정 여부가 관건인 가운데 사업시행사가 계약 유지를 조건으로 내건 보상안에 입주예정자(=계약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천 에르가 2차 사업장은 지난해 8월, 시공사 흥한건설㈜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시행사인 ㈜세종알앤디(줄여 세종)는 건설부문 외 소방·전기·통신 분야 공사를 이어가며 다른 시공사를 찾아 나서야 했다. 난항 끝에 두산건설의 사업 참여 약속을 이끌어냈으나 ‘입주예정자들의 80%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후속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실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주택분양보증약관에 따르면 몇몇의 경우 보증사고로 처리되는데, 그 중 하나가 실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에 25%p 이상 미달하여 보증채권자의 이행청구가 있는 경우다.

‘사천 에르가 2차 입주예정자협의회’(줄여 에르가2차 입주협)에 따르면 2월 11일 현재 입주예정자 184명이 시행사를 상대로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0명 정도는 HUG에 보증채무이행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실행공정률이 얼마인지를 두고 논란도 일었다. 감리단이 사천시와 HUG에 제출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실행공정률이 각각 44.53%와 47.55%로 3% 이상 차이가 난 탓이다. 12월 말 기준 예정공정률은 72.52%여서, 보증사고의 판단 기준이 되는 ‘25%p를 넘었냐 안 넘었냐’를 두고 첨예하게 부딪쳤다. 논란 끝에 HUG는 감리단의 자료에 착오가 있다고 보고 사천시에 제출한 실행공정률을 사실로 인정했다.

결국 예정공정률과 실행공정률의 차이는 27.99%가 됐다. 이에 HUG는 보증사고 결정을 앞두고 시행사 세종에 보증사고 원인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서와 관련 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시행사 세종은 휴일이던 지난 10일, 사천시청 대강당에서 입주예정자들에게 일종의 설명회를 가졌다. 보증사고 처리에 앞서 세종이 직접 시공사를 선정해 사업을 마무리할 기회를 달라는 게 요지였다. 단 그 조건으로, 입주 시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입주예정자들에게는 △보상금 1000만 원 지급, △중도금(대출금) 이자 시행사 부담, △분양대금의 10% 잔금 납부일 3개월 유예 등을 제시했다.

반면 보증사고로 결정될 경우엔 총 계약자의 3분의2 이상이 동의할 경우 환불이행으로, 이에 못 미칠 경우엔 분양이행으로 결정된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이는 주택분양보증약관에 명시된 내용으로, 환불이행은 일부 대출금 이자를 제외한 납부금액 전체를 계약자가 돌려받는 방식이다. 반면 분양이행은 HUG가 사업주체가 되어 사업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은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천시 건축과 하신호 공동주택팀장은 “300여 명의 입주예정자들이 참석했는데,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예정자는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을 줄 알았는데, 다양한 질문을 하며 궁금증을 풀려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가2차 입주협 최정란 부회장은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은 보증사고를 확신하고 있기에 그 자리에 참석치 않은 것”이라며 “이번 보상안 설명회는 너무 늦었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HUG 측은 더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설명회를 지켜본 이재철 과장은 “많은 사람들이 설명회에 참석한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설명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고를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서를 최대한 빨리 제출해야 한다”고 말해, 세종 측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이 과장은 △신규 시공사 선정 및 입주예정자 동의 △입주예정자들의 보증이행청구 철회 등을 보증사고 결정 여부의 주요 판단 근거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세종알앤디 정영화 사장은 “시공사 부도로 뜻하지 않게 입주예정자들에게 불편과 불안감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입주자 대표기구와 협의해 최대한 빨리 새 시공사를 선정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에르가2차 입주협 최 부회장은 “현 시행사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말해 세종의 앞날에 험로를 예고했다.

한편 송도근 사천시장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송 시장은 이튿날 진행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에르가가 사업중단으로 흉물로 남아선 곤란하다”며 “행정적으로 지원할 게 있으면 최대한 협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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