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마음조심

▲ 「마음 조심」윤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8

꽤 많은 사람들이 신년이 되면 신수를 본다. 올해는 동쪽을 피해야 할지, 물을 멀리해야 하는지, 특정 달에 운신의 폭을 좁혀야할지 등등. 운세를 받아들고 조심해야할 것들을 미리 알아서 다행이다, 안심할 수 있는 건 그 일을 절대 피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깊이 자리 잡은 막연한 불안감을 줄인 덕이다. 그러고 보면 늘 주의를 기울이고 점검을 게을리 말아야 할 대상은 마음이 아닐까.
       
보통 사람보다 느리고 잘 놀라는 소라게는 기어이 오고만 아침에 눈뜨자마자 근심걱정 한 가득이다. 전투적인 출근길에 이리저리 치이고 만원 전철에서도 비켜달라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간신히 하차한 소라게는 그래도 내려서 다행이다 안도한다. 엘리베이터 순서를 새치기 당해 잠시 화가 났지만 급한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다잡고 업무를 시작하지만 상사의 호통과 신경질적인 거래처의 큰 소리에 자꾸만 위축되고 눈물이 난다. 결국 이래 가지고 어디 사회생활을 하겠냐며 야단맞은 소라게는 잔뜩 너절해진다. 퇴근길에 만난 친구들과 푸념과 한숨을 공유하며 너도나도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것에 위안이 된 소라게는 오늘도 수고했다 스스로 다독이며 잠자리에 든다.

늘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저자는 바깥세상이 조금은 힘이 드는 세상의 소라게들에게 당신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말한다. 언제든지 숨을 곳과 눈에 띄지 않을 곳이 필요해 집을 달고 다니지만 그 곳에 늘 피해있을 수만은 없는 이 땅의 모든 직장인, 학생들에게 애쓰고 있다고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토닥인다.
 
공감이 주는 따뜻함과 동시에 소라게의 소심함이 극대화로 표현된 일상, 전사같이 씩씩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 여기저기 구석에 숨어있는 또 다른 소라게를 찾는 재미, 퇴근 후 만난 친구들이 등딱지에 몸을 쏙 숨기는 거북이, 느리고 느린 달팽이 등 소라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소심쟁이들로 그려져 피식 웃음을 준다.
 
나에게만 가혹하다 싶어 엉엉 울기를 그치고 잠시 숨 죽여보라. 분명 저 멀리 콧물 훔치는 소리가 들려올 테니. 오늘도 내일도 개조심 불조심 그리고 단단히 마음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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