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이러한 젊은 세대의 언어가 드러내는 특징 몇 가지만 간추려 보겠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드러내며 주관이 뚜렷하다, 혼자서도 잘 지내고 표현이 직선적이다, 페이스북을 활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취업 문제로 부모님이 하는 걱정도 내심 꿰뚫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문명의 이기를 열심히 쫓으며 최대한 혜택을 누린다, 이밖에도 많겠지요. 그들만이 지닌 형이상학적인 관념과 행동들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들입니다. 

이번에는 2018년 유난히 많이 썼던 신조어를 찾아볼까요.

‘갑분싸, 혼코노, 롬곡옾눞, 이생망, 팬아저, 렬루, 복세편살, 괄도네넴띤, 덕페이스, 애빼시, 발컨, 할많하않, 법블레스유, 엄근진, TMI, 커엽 등’ 언급하지 않은 것도 수두룩하지만 이 정도만 꺼내겠습니다.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까요. 저도 낡은 세대 소속인지 낱말 앞에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알쏭달쏭 그 이상입니다. 이 중에 단 몇 개라도 인지한다면 스스로 두뇌의 우수성을 자랑해도 전혀 흠잡을 일은 아닐 겁니다.

저는 그나마 오래 전부터 우리말을 짝사랑한 덕을 좀 봤습니다. ‘롬곡옾눞, 이생망, 애빼시, 할많하않, 커엽’의 쓰임새는 알았으니까요. 이 가운데에 ‘롬곡옾눞, 커엽’은 좀 독특하지요. ‘롬곡옾눞’은 낱말을 통째로 180° 돌리면 ‘폭풍눈물’이 되거든요. ‘커엽’은 ‘귀엽’의 앞 글자를 표기할 때 꼴이 비슷한 것에 착안하여 편하게 전이시킨 것이지요. 톡톡 튀는 놀라운 발상이 언어 활용의 신기神技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정도 아는 걸 가지고 아는 척 하기에는 밑천이 너무 짧습니다. 이해력과 추리력, 상상력이 신선한 창의성을 따라잡지 못합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황망함으로 그만 허탈감에 젖습니다.

말은 탄생의 과정을 거치는 순간부터 생명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언중으로부터 부름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꾸로 새로 만든 말이 언중의 힘을 얻어 사용 범위를 넓히면서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사스럽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요. 일반 사람들이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검사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 유행처럼 쓴 말이라고 합니다. 뜻은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 부모님께 대드는 버릇없는 자식이나 남의 것을 빼앗길 좋아하는 사람에게 쓰는 부정적인 표현.’이라 되어 있습니다. 즐겨 쓰는 보편성을 획득해서 세력을 넓혀 확장해 간다면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요.

시대 상황을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대중 속의 언어입니다. 신조어는 표현의 영역을 풍성하게 해 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일부 집단이나 세대들에 국한 되어 그들만의 대화어로 쓰는 단점도 있습니다. 유효 기간 또한 매우 짧다는 안타까움도 있지요.

횡설수설이 좀 길었습니다. 그러면 앞에 열거한 신조어 쓰임을 알아보겠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혼자 코인 노래방, 폭풍눈물, 이번 생은 망했다, 팬이 아니어도 저장한다, real루, 복된 세상 편하게 살자, 팔도비빔면, 셀카 찍을 때 입술을 내미는 표정, 애교 빼면 시체, 발로 컨트롤, 할 말은 많은데 하지 않겠다, 법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 칼 맞아 죽었다, 엄격 근엄 진지, Too much information 너무 과한 정보, 귀엽’.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