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목서.

찬바람 스산하여 옷깃을 여미게 하는 10월에 꽃을 만나면 왠지 더 반갑다. 단풍에 취할 때이며, 온갖 열매를 탐할 때에 꽃이라니...봄부터 여름까지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가을이 깊어지는 때 꽃을 피워 꽃향기를 멀리까지 풍기며 존재를 알리는 나무가 있다. 바로 목서이다. 꽃이 화려하거나 큰 것도 아니다. 잎겨드랑이에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꽃들이 촘촘히 달려 꽃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강한 향기에 끌려 코를 가까이 대고 꽃을 살펴보게 한다. 그 향기가 만리까지 간다고 여겨 ‘만리향’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만큼 향기가 진하다는 얘기다. 

목서는 중국이 원산지로 남부지방의 따뜻한 곳에 주로 자라는 늘푸른나무이다. 그래서 우리 동네, 초전공원과 수양공원에도 몇 그루가 심겨져 있고, 지금 한창 꽃을 자랑하고 있다. 목서는 가지치기를 해도 새싹이 잘 돋아나고 사계절 푸른 잎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울타리로도 널리 쓰이는 나무이다. 

우리가 보통 목서라고 부르지만 몇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황금색 꽃이 피는 ‘금목서’, 흰 꽃이 피는 ‘은목서’가 있다. 모두 향기를 품고 있지만 그 중 가장 강한 향기를 가진 목서는 단연 금목서이다. 대신 우리가 그냥 목서라고 부를 때는 대부분 은목서를 말한다. 그 외에 목서보다 잎이 작고 더 두꺼우며 날카로운 가시모양의 잎을 가진 ‘구골나무’가 있고, 제주도와 거문도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인 희귀한 ‘박달목서’가 있다. 박달목서는 분포하는 곳이나 개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할 나무 가운데 하나이다. 박달목서라는 우리말 이름은 박달나무처럼 가지가 단단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목서의 강한 향기를 두고 옛 시인과 학자들이 그냥 지나쳤을 리가 없다. 옛 시가집과 문헌에 목서의 흔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그림과 서예에 능하고, 조선시대 실학자였던 김정희의 <완당집>에 “넓고 아득한 대지에/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치네/바로 앞의 묘한 향기는/누구라서 그 신비를 발견하리/목서 향기는 숨길 수가 없네”라는 시가 실려 있다.    

목서라는 이름을 두고 가끔 혼동될 때가 있다. 한자표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는 나무에 주로 ‘계(桂)’자를 붙이는데, 목서의 중국 이름이 銀桂(은목서), 丹桂(금목서)로서 모두 계수나무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계(桂)’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달나라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계수나무를 두고 중국에서는 ‘목서’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목서와는 전혀 다른 달콤한 향기를 특징으로 하는 ‘계수나무’를 말한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겨울 준비에 들어가는 때이지만, 때늦게 꽃을 피우거나 여름에 핀 꽃이 겨울까지 이어지는 나무를 보니 이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가 싶다. 맘먹은 일이 생각보다 안 되어 우울해지거나 절망에 빠지려 한다면 은목서의 꽃과 향기를 접하며 새로운 용기를 가져보라고....

▲ 박남희(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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