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육 살리는 로컬에듀, 사천시민 모두의 일
행정과 교육, 분리해서 사고했던 관행 극복해야
지역주민의 참여, 유관기관 협력 더욱 긴밀하게
전북 완주 로컬에듀 탐방 후기

▲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정문.
▲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이 운영 현황을 설명하는 모습.

늦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17일, 아침 댓바람에 집을 나서 전북 완주로 교육탐방을 떠났다. 이름 하여 ‘2018 교육공동체와 함께 떠나는 완주 로컬에듀 탐방’. 사천‧진주의 교사, 학부모 60여 명이 버스 2대로 나눠 타고 ‘학교를 품은 마을, 지역을 살리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완주를 배우기 위해 길을 나섰다. 로컬푸드(local food)는 익숙하지만 로컬에듀(local education)는 생소했던 우리가 완주로 떠난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의 친구들이 행복한 학교, 마을,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기존의 경쟁과 성적 중심의 교육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교육’이라 부르는 교육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혁신교육은 크게 세 가지의 형태, 즉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로 나눠 전개되고 있다. 혁신교육의 큰 가치와 방향에 동의하면서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은 다르다. 경남은 ‘행복교육’으로 명명하고 있다(행복학교, 행복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먼저 ‘혁신학교’는 학교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불합리한 관행을 극복하고, 학교 운영과 시스템을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교장의 일방적 결정과 지시에서 벗어나 선생님을 포함한 교육주체들이 협의, 토론, 합의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만들고, 교육과정과 수업을 교사중심, 지식 전달 중심에서 아이들 중심, 역량 강화 중심으로 바꿔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자는 것이다. 

둘째, 혁신학교의 변화를 이웃 학교로, 다른 지역으로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교육(지원)청과 시군 지자체가 함께 힘을 모아 지역단위의 새로운 교육환경을 만들어 아이 키우기 좋은 곳, 학생과 학부모, 지역민이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먼저 시작되어 지금은 전국 10여개 이상의 시도에서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 2017년 김해를 시작으로 2018년 양산, 밀양, 남해가 ‘행복교육지구’로 선정되어 추진 중이고, 2019년에는 사천, 진주, 고성, 하동이 행복교육지구로 새롭게 지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사천을 둘러싸고 있는 시군이 모두 행복교육지구가 된 셈이다. 사실 이번 완주 탐방도 내년부터 추진될 ‘사천행복지구’를 앞두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중에 기획된 일정이었다. 

셋째,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에 그치지 않고 학교와 마을이 전면적으로 협력하여 함께 아이를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도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다.  

2시간을 달려 가장 먼저 간 곳이 완주군 소양면의 소양중학교였다. 완주 로컬에듀를 실현하는데 처음부터 참여했던 선생님을 만나 완주 로컬에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이후 계획을 듣기 위해서였다. 듣고 보니 완주는 사천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인구는 완주가 10만이 좀 안되고, 사천이 12만이 좀 안된다. 완주가 전주시와 이웃하고 있는 것이, 사천이 진주시와 생활권이 같은 것과 비슷했다. 따라서 완주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전주에서 교육시키기를 희망하여 전주로 이사를 간다는 말씀에 사천의 부모들을 보는 것 같았다. 급기야 완주도 인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였다. 출발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완주는 10여 년 전부터 경쟁보다는 협력, 개인보다는 공동체, 이윤보다는 함께 잘 사는 공유경제를 중시하는 정책을 지자체에서 펼쳐왔다. 전국 최초로 ‘완주군지역경제순환센터’를 설립하여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의 설립과 자립을 지원하는 등 완주군의 전폭적인 협력이 이루어졌다. 그 성과에 힘입어 완주에는 공동체와 협동조합이 약 400여개가 있다. 또한 완주는 전국 지자체 중 높은 재정자립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면지역 농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정도의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있다. 그것은 곧 인구의 감소를 막는 요인이 되었다. 

완주는 자생적 공동체와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서 ‘로컬푸드 1번지’를 실현하게 되자 이제는 지역 교육을 살리는 ‘로컬에듀’에 눈을 돌렸다. 완주의 아이들을 최소한 초,중,고까지 완주가 책임진다는 목표 하에 지역교육청 장학사를 비롯한 완주의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먼저 나섰다. 출발은 완주의 5개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함께 완주 학교의 변화를 이뤄보자는 뜻을 모았고, 이후 학부모들이 적극 나서고 마을의 청년들이 도와주면서 지금의 ‘고산향교육공동체’를 완성하였다. 이러한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의 노력과 꿈을 교육지원청과 지자체 등 행정 기관에서 지원하여 ‘풀뿌리 교육지원센터’를 만들고,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고산 청소년센터(고래)’가 만들어 졌다. 이날 우리는 차례대로 완주군지역경제순환센터와 ‘고래’를 직접 방문하여 설명을 들었다.  

로컬에듀 측면에서 보면 오늘의 사천이 10년 전 출발선에 선 완주의 위치에 있다. 강소도시 20만을 외쳐왔지만 오히려 인구소멸 위험 도시가 되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답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문제와 지역 교육을 살리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데 있다. 머물고 싶은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그 시작을 ‘사천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해보면 어떨까? 다행히 사천시는 경남교육청에서 공모한 2019년 행복교육지구 공모에 응했고, ‘사천행복교육지구’로 선정되었다. ‘행복교육지구’란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모두에게 신뢰받는 공교육 혁신과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하여 경상남도 교육청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협약으로 지정한 지역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행복교육지구를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중점 과제를 실현해야 하는데, 1)행복교육도시 육성을 위한 지역 교육공동체 구축 2)행복학교 확산을 위한 기반 조성 3)학생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마을학교 운영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과 사천시가 각각 매년 3억 원씩 대응 투자하여 재정과 인력 등을 지원하게 된다. 

완주 교육탐방을 다녀와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면,

첫째, 사천시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수이다. 예산 지원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행정과 교육을 분리해서 사고했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사천시의 행정 안에 교육부분을 깊이 끌어들여 제대로 이해할 때 사천 시정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래야만 행복교육지구는 성공할 수 있고, 사천시가 말하는 품격 높은 교육도시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시 관계자도 사천행복교육지구가 선정된 후에 “교육기관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협력하여 지역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나감으로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품격 높은 교육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사천시는 성공적인 행복교육지구 실현을 위해서 지역의 학부모들과 선생님을 비롯한 교육주체들 간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약속했던 ‘민관교육협의체’ 구성도 그 중 하나이다. 열린 소통의 장에서 행복교육지구 사업, 교육경비지원 문제, 그 외 사천 교육현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셋째,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유관 기관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행복교육지구는 한 지역의 일, 어느 특수 계층의 일이 아니다. 사천을 살기 좋은 도시, 아이와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천시민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로컬에듀의 지역 완주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함께 갔던 학부모들의 소감을 몇 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직접 교육공동체를 실현해가는 곳을 방문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사천의 아이들도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학부모로써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행복학교에 만족하지 않고 행복교육지구와 마을교육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사천시가 행복교육에 더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즐기면서 한발 한발 나아갔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은 준비가 되었다. 이제 사천시와 교육청이 답할 차례이다.                

   
▲ 고산청소년센터 ‘고래’ 안 휴게실에서 학생들이 탁구를 즐기고 있다.
   
▲ 고산청소년센터 내부 모습.
   
▲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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