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신규 민간항공기 구조물 수주를 검토하며 관련 생산설비를 고성군에 갖추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연일 시끄럽다. 사천시의회가 6일 ‘KAI-고성군 항공부품 공장신축 저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역의 50여 단체들은 ‘KAI-고성군 항공부품 공장신축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까지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오는 20일엔 시민결의대회까지 열겠다는 기세다.

6년 전 산청 사례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는 사천시와 시민들이 심한 낭패감에 젖고 실망과 분노를 드러냄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정부의 민영화 시도로 어려움이 컸던 KAI에 지역민들도 적지 않은 힘을 실어 줬고, 서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을 때마다 끝내는 ‘상생’을 얘기하고 ‘협력’을 다짐하며 기업과 지역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꿈꿔온 탓이다.

그럼에도 사천시의회와 지역사회의 이번 대응이 바람직한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공개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속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사천시를 향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이번 논란의 배경과 실상을 이해함에 있어 KAI 측 설명에 지나치게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분명히 있으나 그렇다고 달리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그들의 주장부터 살펴봄은 마땅하겠다. 핵심은 이렇다.

‘민간항공부문에서 일감을 따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임률이 너무 높아 인도와 중국에 늘 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을 낮춰서라도 민간부문 수주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우리야 돈이 안 되더라도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들로선 해볼 만하고 그래야 기본적인 생산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의 경우 고성군의 제안을 따르면 대략 10%의 수주금액을 낮출 수 있다. 아직 계약에 이른 건 아니나 그렇기에 수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를 대체할 다른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성군 제안의 큰 줄기는 조선업 쇠퇴로 인한 정부의 특별 지원금(수백억 원 예상)을 항공산업에 쓰겠다는 것으로, 만약 이 설명이 액면 그대로 사실이라면 사천시가 최대한 빠르게 사업 터를 확보하고 고성군처럼 저가로 장기 임대해주며, 기업으로서 다른 이득이 될 만한 여러 제안을 던진다고 해도 KAI를 붙잡긴 쉽지 않을 일이다. 사천시나 시의회 입장에선 ‘왜 미리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았느냐’며 매끄럽지 못했던 일처리 정도만 탓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KAI의 고성 공장 신축 검토’ 이야기는 뜻밖의 상황과 경로로 알려졌고, 이에 송도근 시장은 적잖이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시의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이후라도 KAI 측과 적극 접촉하며 자초지정을 듣고 지금이라도 되돌릴 방안은 없겠는지, 향후 사천시와 KAI가 더 적극 소통하며 항공산업의 성장을 꾀할 다른 방안은 없겠는지 모색했어야 함에도 그것에는 소홀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 대신 KAI를 향한 ‘배신감’만 부각시키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는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사천을 대표하는 산업은 항공우주산업이며 그 중심에는 KAI가 있다. 2012년 A320 날개공장 논란에 이어 2015년 우주산업 논란으로 가뜩이나 사천시와 KAI의 관계가 서먹했던 터다. 여기에 이번 고성 공장 논란까지 감정싸움으로 대치하면 그 상처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그러니 지역의 위정자들은 이번 사태의 지나친 정치적 활용을 삼가야 하고, KAI도 지역사회와 신의로 상생하겠다는 평소 다짐을 실천으로 더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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