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신과 함께 영화포스터

대한민국에서 흥행의 기준점은 어느 새 천만이 되었다. 전체 오천만 인구 중에 5분의 1이나 봐야 천만관객 아닌가. 이 중에 12세 관람가라 연소자는 제외하고, 이런저런 이유까지 대면 경쟁률은 훨씬 높아진다. 그럼에도 전편에 이어 속편까지 천만관객을 달성할 태세다. 당연히 속편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전편과의 비교와 평가를 받고 흥행까지 짊어져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기어이 해냈다.

이는 전적으로 감독의 공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가 연 이어 천만관객을 견인하는 그 힘의 중심은 김용화라는 탁월한 이야기꾼의 재능에 기대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어쩌면 재능이라는 단어보다는 ‘감’ 또는 ‘촉’이란 말이 좀 더 가까운 표현일 수도 있다. 물론 이야기의 원작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이며, 탄탄한 구성과 재미의 힘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명작이다. 그러나 원작의 작품성이 영화의 흥행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최근에 개봉했던 <인랑>이 가까운 예다.

감독은 시간과 돈을 기꺼이 지불하고 사는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정확히 안다. 재능이 있는 감독에게 있어 예술 하기보다 더 힘든 것은 관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일지도 모른다. 보통 그 수위 조절을 실패해서 혼자 예술 하느냐 소리를 들으며 폭망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관객과 눈맞춤하려다 야합하느냐 소리를 들으며 망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는 바로 이 양단의 경계에 절묘하게 머물렀으며, 이것이 김용화 감독의 재능이다.
 
그 성공의 원동력은 관객과 소통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불필요한 서사나 예술적 욕심을 걷어내고 한층 더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야기를 포장하는 테크닉 또한 거침없어서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예술적 완성도나 예술적 미장셴 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관객이 원한다면(흥행이 된다면) 쥐라기 공원 흉내 낸다는 비난쯤은 두렵지 않다. (사실 떼로 등장하는 공룡이 부담스럽더라)

<신과 함께-인과 연>는 완성도가 뛰어나진 않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겐 함량미달의 CG, 조화롭다고 하기엔 삐걱거리는 플롯 등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감독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필요한 구성에만 집중해서 극대화 시켜서 뚝심 있게 밀고 나갔으니, 이게 바로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염두에 둬야 할 지침이자 나침반이다. 또한 <신과 함께> 시리즈가 내세우는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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