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션스 8> 포스터

숨겨진 본성인지는 몰라도 저마다 완전범죄에 대한 환상이 있다. 이런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 또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인데, 바로 이 케이퍼 무비의 대명사인 <오션스 시리즈>가 성별을 바꿔서 돌아왔다. 호화찬란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화려한 캐스팅으로 한껏 기대감을 고양시키며 다가온 여성도둑들, 이번에는 무려 1억5천만 불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려 든다. 물론 관객들의 지갑마저도.

케이퍼 무비는 과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시리즈> 3부작이나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처럼 이른바 공식이 있다. 훔쳐낼 목표를 향해 범죄를 설계하고 부족한 능력을 채워줄 전문가를 모은다. 이들은 절묘하게 호흡을 맞추기도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다가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나온다. <오션스8>도 이 공식을 그대로 따라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는데 어쩐지 간이 좀 덜 된 불고기처럼 뭔가 좀 밍밍하고 심심하다. 

액션활극과 같은 눈요깃거리를 찾는 관객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눈 돌아가는 현란한 패션을 내세운 것은 그렇다 치고, 천문학적인 보물을 훔쳐내는 범죄이니 당연히 시계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치밀한 계획이 순차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 마련인데 치밀하기는커녕 어쩐지 나사가 하나 빠진 듯 헛도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시계는 샐리의 법칙이라는 가호를 한껏 받아서 잘도 돌아기만 한다. 재미를 위한 클리셰임을 감안하더라도 긴장감이 풀어질 만큼 지나치게 운이 좋다. 바보 같은 악역들 덕분에 갈등구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걸 보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입장인가보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만 흐르니, 아무래도 <오션스>라는 이름값을 충족시켰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출퇴근길 또는 점심식사 후의 틈새 여유를 즐긴다는 스낵 컬쳐(Snack Culture)에 익숙해진 요즘, 대체로 긴장감을 높이는 갈등구조는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을 들여서 완독할 여유가 없으니 얇디얇은 이야기라도 통쾌함을 뜻하는 일명 사이다를 바란다. 그래서 사이다에 사이다로 점철되는 흥미본위의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오션스8>은 딱 그 느낌을 영화로 옮겨놓은 것 같다. 즉, ‘켠 김에 끝까지’가 아니라 출퇴근길이나 점심식사 후 틈틈이 봐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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