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도의 힘, 한국당이 아주 조금 앞섰다
부족한 힘 극복할 차상돈의 인물경쟁력도 한계

▲ 송도근 당선자와 박미자 여사.

6‧13지방선거의 사천시장선거는 송도근 현 시장에게 연임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과정은 치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인기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높은 가운데, 경남도지사선거에서도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를 압도하는 분위기여서 더욱 그랬다. 당선자는 현직 시장이라는 명함과, 이전 선거까지 사천지역에서 지지도가 가장 높았던 자유한국당 소속임이 그나마 방패라면 방패였다.

투표 결과 송도근 49.70%, 차상돈 44.47%, 이종범 5.83%로, 송 후보가 차 후보를 5.23%(=3333표)라는 비교적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이 결과는 어떻게 나온 걸까.

특히 부산과 울산은 물론 김해‧양산‧창원‧거제‧통영‧고성‧남해를 거쳐 남쪽 해안을 따라 서진하던 민주당 열풍은 왜 사천에서 멈춘 걸까. 그 이유를 짚어보자.

선거 전문가들은 흔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라고 말한다. 선거 양상이 정당간 대결인지, 지역간 대결인지, 진보와 보수 대결인지, 세대간 대결인지,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대결인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를 본다면 구도는 차 후보에게 나쁘지 않았다.

이 후보가 한국당에서 탈당해 출마하면서 보수진영 후보가 둘이 됐고, 지난 지방선거까지 힘을 발휘했던 ‘지역색 투표’ 경향만 보더라도 송‧이 후보가 옛 사천군 출신으로, 반면 차 후보는 옛 삼천포 출신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거와 달리 민주당 인기가 크게 오르고 있음도 주요 변수였다.

그런데 구도적으로 꽤 유리한 조건을 차 후보와 민주당은 살리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한국당 지지층의 결집을 꼽을 수 있겠다. 사천시 유권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른 지난해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31.5%)보다 홍준표 후보(45.7%)에게 표를 훨씬 더 줬다. 당시 두 후보 외 보수 진영 후보들이 더 있었음을 감안하면 실제 격차는 더 상당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며 한국당으로선 큰 위기를 맞았지만 적어도 사천에서만큼은 제1당의 위신을 유지한 셈이다.

이는 다른 여러 선거의 득표율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지사선거에서 김경수(46.08%)와 김태호(49.84%)를 비롯해, 시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 민주당(49.0%)과 한국당(51.0%), 도의원비례대표선거에서 민주당(40.24%)과 한국당(45.97%) 등이다. 물론 여기에도 다른 후보나 정당이 끼어 있기에 절대적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우나 일정한 흐름 정도는 읽을 수 있겠다. 어디서든 민주당이 한국당에 비해 2~6% 정도 밀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송 후보와 차 후보의 격차도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격차는 앞서 말한 ‘선거의 구도’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미세한 부족함은 인물의 경쟁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후보의 인물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신뢰감을 주는 연설, 훌륭한 정책,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실천력 등 다양한 요소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때로는 후보가 평생을 살아온 삶 자체가 경쟁력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번 선거를 돌이켜볼 때, 차 후보는 지난 두 번의 선거로 인지도 면에서는 경쟁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으나 그 밖의 다른 경쟁력 면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보자 토론회는 물론 대중 연설에서도 상대 비난에만 힘을 썼을 뿐 자신의 전망을 이야기하기는 부족했다. 선거 막판에는 옛 측근으로부터 4년 전 금권선거 폭로 과정에서의 비도덕적인 힐난도 감내해야 했다.

반대로 송 후보는 경찰의 압수수색 등으로 분명한 악재가 있었음에도 상대의 흠결로 인해 물 타기 되는 행운을 누렸다. 오히려 이 후보가 보수진영의 표를 상당부분 가져갔음에도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한 셈이다. 아니, 어쩌면 ‘민주당’이란 강력한 열풍을 타고도 차 후보가 송 후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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