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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본부와 소방서는 왜 골든타임을 놓쳤나

기사승인 2018.03.07  11: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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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 2017년 끝자락 비토섬 차량화재 사망사고

   
▲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한 비토섬 일대. 주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에도 출동 소방 대원들은 정확한 사고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서포119지역대에서 6분 거리를 16분에’
소방 “신고자 위치 확인이 쉽지 않았다”
유족 “조금만 더 빨랐어도 살렸을 텐데”

2017-2018 겨울이 끝나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하지만 추위만 기억하고 보내기엔 개운치가 않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밀양 세종병원 화재까지, 이번 겨울이 유독 대형 화재사고로 얼룩진 탓이다. ‘안전 불감증’이란 꼬리표와 인재(人災)란 지적이 어김없이 따라붙었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꼼꼼한 분석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경남 사천에서 일어났던 사건 하나에도 주목해보자. 밤중에 일어난 교통사고와 이어진 차량화재. 이로 인해 전역을 일주일 앞둔 군인을 포함한 2명이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다. 유족들은 ‘119구급대원과 소방대원이 좀 더 일찍 현장에 도착했더라면’ 하는 원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경남소방본부와 사천소방서는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신고자의 위치 확인이 쉽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신고자의 위치 확인이 쉽지 않았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다시 갸웃거리게 되는 이유는 뭘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위급상황 대처가 한층 쉬울 듯싶지만 신고자 위치 확인은 소방과 경찰 업무에 있어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여기에는 기술적 요인뿐 아니라 상황실 운영 체계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12월 26일 밤 서포면 비토리

차량화재사고가 일어난 건 제천 화재 참사(21일 발생)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지난해 12월 26일이다. 이날 서로 친구 사이인 20대 초반 10여 명이 서포면 비토리의 한 식당에서 굴구이와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귀갓길. 일행을 태운 차량 세 대 중 두 대가 먼저 출발해 삼천포로 향했다. 문제는 마지막 차량. A씨가 몰던 이 차는 굽은 도로에서 가로수와 충돌하고 도로를 약간 벗어난 언덕에 멈췄다. 이때가 밤 8시 20분 남짓으로 추정된다.

   
▲ 차량 화재 사고가 발생한 장소.

A씨는 어렵게 정신을 차린 뒤 8시 26분에 119에 전화를 걸어 사고 소식을 전했다. 1분 뒤 경남도소방본부 상황실에선 사고 지점과 가장 가까운 서포지역대에 펌프차, 곤양119안전센터에 구급차 출동 지령을 내렸다.

서포지역대에서 사고 지점까지는 차로 5분 거리. 몸집이 큰 펌프차임을 고려하더라도 6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펌프차는 출동 지령 후 16분이 지난 43분께서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사고차량에는 불이 붙었고, 4명의 탑승자 중 2명은 미처 차를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마침 그곳을 지나던 비토리 주민 B씨가 사고차량 곁에 쓰러져 있던 A씨를 멀찌감치 옮긴 뒤였다.

이를 두고 희생자 유족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특히 B씨의 진술로 볼 때 “소방대원이 조금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자식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따라서 ‘119가 제때 출동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남소방본부 상황실에서 제시한 시간대별 조치사항이나 신고자 또는 제보자와 교신 내역 등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확한 위치 추적 실패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남도소방본부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 신고자 휴대전화기로부터 가장 가까운 기지국인 ‘비토리 산 12-11’(상촌마을 입구 삼거리)로 출동 명령을 내렸다. 서포지역대 소방대원은 펌프차로 전달 받은 사고지점으로 출동하면서 사고 신고자와 통화를 시도하며 정확한 위치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위치 파악에 실패한 채 전달받은 사고지점에 도착했고, 사고차량을 발견 못하자 상황실에 위치 재전송을 요청했다.

이 무렵 사천경찰서 서포파출소 순찰 차량이 현장에 합류했고, 순찰근무자의 “조금 전 순찰에서 사고차량을 못봤다”는 말에 따라 진행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신 몇 백 미터 후방을 수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서포파출소 출동 경찰관은 “무전에서 ‘거북’ ‘거북’ 말이 많아서 비토섬으로 건너오는 거북교 부근에 전복돼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 사천소방서 서포 119 지역대

이밖에도 정확한 사고지점 찾기에 방해가 된 요소가 더 있었다는 게 사천소방서 측 설명이다. 최초 신고자의 정확치 않은 위치 설명에다 이후 이어진 또 다른 제보자들의 위치 설명도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GPS(인공위성 자동위치측정시스템) 방식을 통한 위치 추적에도 나섰으나 효과를 못 봤다고 한다.

일찍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사고차량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던 사이 정작 사고 위치를 확인한 쪽은 멀리 곤양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한 구급차였다. 비토교를 건너던 중 최초 신고지점보다 더 떨어진 곳에서 차량화재로 추정되는 불빛을 목격한 것이다. 결국 상황실에서 첫 출동 지령을 내린 지 16분이 지난 밤 8시 43분에 이르러 펌프차와 구급차, 경찰까지 한꺼번에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골든타임이 지난 뒤였다.

왜 신고자 위치를 못 찾나?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 이 점에 있어 소방서 측도 뼈아프게 느끼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먼저 ‘손에 쥔 전화기로 인공위성과 교신하는 시대에 신고자 위치 확인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이에 대한 대답을 소방청 소방장비항공과로부터 들었다. 결론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 대체로 누군가 휴대전화로 119에 구조요청을 할 경우 휴대전화의 기지국 위치가 신고지점으로 등록된다. 도심에선 기지국 간격이 수십 미터에 불과하지만 농촌이나 산악에서는 천 미터를 넘기는 경우가 많아 신고자의 진술이 그만큼 중요하다.

기지국으로 위치를 찾는 이른 바 ‘셀 방식’이 신통치 않을 경우 GPS 방식으로 전환한다. 이는 일선 소방서나 소방본부에서 요청할 수 없으며, 반드시 소방청이 통신사에 요청하고 회신을 받은 뒤 다시 일선 기관에 전달하는 절차를 거친다. 2012년에 발생한 ‘오원춘 살인사건’ 당시 경찰이 희생자로부터 신고를 받고도 기지국 근처만 맴돌다 제때 범인을 잡지 못했던 일을 계기로 적극 도입됐다. 따라서 이 위치정보시스템은 경찰청과 소방청이 똑같이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성공률이 30% 정도로 낮다는 것. 휴대전화 기기의 종류, 신고 장소 등에 따른 제약이 따르는 셈인데, GPS 강제 활성화 기능을 탑재한 국산 단말기가 아닌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사건을 통해 던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질문은 ‘상황실을 광역단위로 꼭 통합했어야 했나?’ 하는 것이다. 경남도소방본부와 사천소방서에 따르면 2010년까지는 일선 소방서에서 직접 화재나 구조요청 신고를 받고 출동 명령을 내리는 등 상황실 업무를 봤지만 2011년부터 이 업무가 도소방본부로 통합됐다. 부족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대형사고 발생 시 인근 소방서간 업무 협조를 원활히 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는 얼핏 그럴싸해 보이나 치명적 결함도 지녔다. 상황실 근무자가 경남도 전체를 아우르는 만큼 개별 지역정보에 있어선 그만큼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최초 신고자는 “거북섬 쪽으로 쭉 오면 된다”며 ‘거북섬’을 강조했으나 상황실 근무자는 ‘거북선’으로 이해했고, 이후 ‘거북교’, ‘거북길’ 등과 맞물리며 상당한 혼선을 일으켰다. 거북섬은 비토섬 끝 월등도 부근에 있는 섬으로, ‘적어도 사천소방서 직원이 상황 근무를 섰더라면 신고자와 대화를 통해 더 정확한 사고 위치를 더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란 짐작을 가능케 한다.

소방 인력과 장비 더 늘려야

이번 서포면 비토리 차량화재사고를 계기로 부족한 소방 인력과 장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사천소방서는 1개의 119구조대(남양)와 4개의 119안전센터(동금‧사남‧사천읍‧곤양), 그리고 각각 1개의 119지역대(서포)와 119구급지원센터(곤명)를 갖추고 있다. 정원은 163명이나 현재 156명만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구조대만 굴절차, 구조차, 화학차 등 특수장비를 갖추고 있고, 일반 안전센터엔 펌프차, 물탱크차, 구급차를, 서포지역대엔 펌프차와 구급차를, 곤명구급지원센터엔 구급차만 갖춘 상태다. 특별히 사남안전센터는 고층 화재 진압에 투입할 수 있는 53m급 사다리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보면, 2인 3조로 총 6명이 교대 근무하는 서포지역대에선 펌프차 1대를 출동시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구급차는 더 먼 곤양에서 출동해야만 했다. 남양구조대에선 구조대차가 출동했다. ‘만약 서포지역대 근무 인력이 더 넉넉했더라면 펌프차와 구급차를 동시에 출동시켰을 테고, 수색 범위를 넓혀 더 빨리 사고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추론도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정확한 사고지점은 서포지역대가 처음 도착한 기지국 위치에서 출동방향으로 370m 떨어진 곳이었고, 굽은 길을 두 번만 돌아가면 되는 곳이었다.

차량화재사고에 대한 소방본부 상황실과 출동 소방대원들의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천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후송된 운전자 A씨의 혈액에서는 일부 알콜 농도가 측정됐으나 처벌기준 이하였음을 밝혔다. 또 다른 동승자이면서 생존자인 C씨가 사고 전반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하는 데 대해선 “일종의 트라우마”로 해석하며 “그렇다고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병주 기자 into@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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